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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전통과 비전 잘 이해하는 올곧은 총장을 희망함
제18대 총장 선거를 앞두고
12/05/2010
Posted by 총연 Bt_email

 


<특별기고>
“고대 전통과 비전 잘 이해하는 올곧은
총장

희망함”

 
제18대 총장 선거를 앞두고
 

 
[여론, 칼럼] 2010-11-15
오늘(10일) 아침 신문을 보니 모교 총장에 입후보한 교수들의 사진과 관련기사가 눈에 들어온다. 고려대학교가 우리 사회에서 갖는 위상과 무게 때문인지, 기사가 제법 크게 났다. 경쟁도 치열하다. 후보가 무려 10명이다.

요즘처럼 급변하는 무한경쟁의 세계화시대에 대학의 총장이 해야 할 일은 참으로 많고 책임 또한 크다. 그럼에도 2000년도 이래 지금까지 모교 총장 중에 제 15대 어윤대 총장을 제외하고는 4년 임기를 제대로 마친 이가 없다는 사실에 다소 우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난 2002년 5월 김정배 총장의 연임을 둘러싸고 교수협의회에서는 총장 해임권고안을 가결시키고, 개교 이래 처음으로 교수들 100여명이 본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학생들은 본관을 점거했다. 14대 때는 교수들의 직접투표를 거쳐 당선되었던 김총장에게, 15대 때는 재단에서 교수 투표 없이 일방적으로 임명장을 수여한 것이 반발을 자초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재단이사회는 김정배 총장에게 주었던 제 15대 총장 임명 자체를 철회했다.

같은 해 6월 21일부터 한승주 총장서리체제가 근 1년 지속됐다. 어윤대 총장의 임기가 무사히 끝나고, 2006년 12월21일 제16대 총장에 이필상교수가 취임했다. 그러나 이총장체제는 논문 표절 시비에 휘말려 <56일 천하(天下)>로 막을 내리고, 다시 한승주 총장서리체제가 들어섰다. <총장->총장서리->총장->총장서리->총장>의 볼썽사나운 악순환(惡循環)이 지속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수, 교우, 직원, 학생 등 고대 대표들로 구성된 총장추천위원회에서 선정된 다수의 후보자 중에서 어떤 후보를 최종적으로 선정했는지에 대한 기준과 원칙이 공개되었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다.

2008년 2월1일 출범한 이기수 총장은 오는 2011년 2월말로 임기가 만료되므로 임기가 2년 9개월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렇게 임기가 단축된데 대한 재단 측의 어떠한 형태의 합리적인 석명(釋明)도 없었다.

고대총장을 한번 뽑을 때 마다 소요되는 유무형의 비용과 사회적인 기회비용까지 생각하면, 근 10년 동안의 고대총장 임기가 2년 남짓에 불과하다는 것은 총장선거를 주관하는 재단의 그동안의 관리능력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안 그래도 고려대 재단은 재단이사 충원방식의 폐쇄성 문제와, 타 사립대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열악한 재단전입금문제 등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터다.

오는 12월 21일이면 총장추천위원회에서 최종적으로 후보 3명을 추천 의결하고, 며칠 뒤(12월29일) 재단이사회에서 총장을 선임한다고 한다.

“학문적인 소양과 덕망을 갖추고, 고려대학교의 건학이념 자유민주주의 및 시장경제원리를 존중하며, 탁월한 국제적 안목과 학교발전에 기여할 능력을 가진 분”이 일전에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에서 낸 고려대학교 총장 공고문 속의 총장 자격 조항 일부다. 원론적이긴 하나 어떤 분이 고대총장이 되어야하는가를 잘 보여준다. 동일한 맥락에서 현금(現今)의 고려대학교 총장은 글로벌 시대 대학의 국제적인 경쟁력을 제고하기위한 원대한 비전을 갖고, 변화를 수용하고 혁신을 주도하는 탁월한 경영능력, 시대추세에 맞는 뛰어난 모금능력, 학문적으로 깊은 연구능력, 동료교수들의 교육연구 성과를 고무 격려하는 관리능력을 갖추어야한다는 것은 주지하는 바다.




여기서 우리는 몇 가지 희망사항을 덧붙이고자 한다.

첫째, 고려대 총장은 학문의 자유와 대학의 자치를 지키기 위해 외부의 어떠한 간섭에도 과감하게 맞설 수 있는 지조있는 선비여야 한다. 캘리포니아 총장을 지낸 클라크 커(Clark Kerr)의 말처럼, 대학총장은 재단이나 정부관계자에 대하여 ‘기민한 교섭자(交涉者)’로서 소통의 창구역할도 해야 하지만, 재단과 정부를 불문하고 부당한 외압에는 절대 굴하지 않는 꿋꿋한 지사(志士)형 총장을 우리는 소망한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우리 고대 재단관계자들도 고대총장을 ‘재단의 집사’정도로 여기고 좌고우면(左顧右眄)하는 순종형의 지조 없는 인사를 선호하고 지원한다는 오해를 받는 일이 있어서는 절대로 안된다.

둘째, 우리 고려대학교는 개교 이래 일관되게 학교당국과 재단, 그리고 교우회가 삼위일체(三位一體) 되어 학교의 발전을 위해 동심동덕(同心同德)으로 협력해온 자랑스러운 전통이 있다. 새 총장이 고려대학교 100년의 전통과 문화를 잘 이해하고 29만 고대교우를 위시한 전 고대가족의 전폭적인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는 분이어야 한다.

미국의 《고등교육(Chronicle of Higher Education)》지가 미국 대학총장 700여명을 상대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 그들이 대학총장이 갖추어야 할 능력으로 지도력, 좋은 인간관계와 더불어 <그 대학의 전통과 미래계획에 대한 투철한 이해(connection with the mission and understanding of the culture of the institution)>를 든 것도 바로 같은 맥락이다.

셋째, 예비선거에 참여하는 모교 교수들과, 총장추천위원회 위원들, 그리고 재단 이사들께 부탁드린다. 재론의 여지없이 우리 고려대학교의 총장은 일반적인 대학의 총장이 아니요, 한국 고등교육을 선도하는 우리 시대 최고 지성의 상징이다. 고대총장을 뽑는 역사적인 책무가 혈연, 지연, 학연 등의 각종 개인적인 연고에 좌우 되거나 단과대학의 소집단 이기주의에 사로잡혀서도 안된다.

특히 자리 약속이나 각종 편익제공을 볼모로 일부 교수나 직원들이 ‘특정후보에게 줄을 선다’거나, ‘특정후보가 줄을 세운다.’는 아름답지 못한 소문은 그야말로 허황한 뜬소문일 뿐, 사실이 아닐 것이다. 앞으로 최소 4년 동안 우리 고대를 이끌 모교총장의 선임결과가 나오는 오는 12월 29일을 우리는 설레는 마음으로 학수고대할 것이다. 12월29일은 기필코 <고대의 발전>, 더 나아가 <한국 고등교육의 발전>이라는 지상명제를 가장 충실하게 구현할 고대형(高大型)의 올곧은 지사(志士)를 선출하는 경사스러운 날이 되어야 한다.

구 종 서
정외57
한국문명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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