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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에 만난 고마우신 선배님
University of Dayton 교환학생이 보낸 편지
11/21/2024
미국. 2009년 겨울, 미국으로의 교환학생이 결정이 되고 출국 날까지 6개월의 시간이 남아있을 때 미국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본 적이 있다. 꽤 많은 나라를 여행했지만 미국은 처음이었고 미국에 대해서는 ‘성공한 사람들이 최종적으로 모이는 곳’ 등의 환상을 갖고 있기도 했다. 그렇게 기대를 갖고 도착한 이곳, 유난히 차분하고 한적한 분위기를 풍기는 오하이오주의 Dayton은 유 하루하루 미국에 대한 나의 환상을 깨뜨리고 있었다. ‘ 아 내가 생각했던 미국은 이게 아니었는데.. 여기서 1년을 보내야 한다니!’ 그렇게 미국에 도착한지 1주일쯤 되던 날, 얼마 후면 ‘Labor day’임을 깨달았고 같이 우리는 미국에서 맞는 첫 연휴를 Dayton에서 보낼 수 없다는 굳은 결심과 함께 근처에 있는 대도시로, 우리가 미국에 있음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여행을 갈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우리가 최종적으로 선택한 여행지는 바람의 도시 시카고! 하지만 친구와 나는 시카고에 가기로 결정을 내린 것 이외에는 시카고에서는 어디를 꼭 가봐야 하는지부터 숙소는 어디로 잡아야 하는지 까지 아무것도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미국에 도착한지 1주일밖에 되지 않아 아직 시차적응도 안되고 미국에 지인도 하나 없어서 전전긍긍하던 우리 머리속에 떠오른 건 고려대학교 미주 교우회!. 우리는 출발 날까지 시간이 몇 일 남지 않았다는 걸 알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미주 교우회 홈페이지에 있는 선배님들께 메일을 쓰기 시작했다. 농담반 진단반으로 한국에서 가장 결속력이 강하다고 손꼽히는 세 집단.. ‘해병전우회, 호남향우회, 그리고 고대교우회. 결속력, 응집력 등으로 설명되던 고대교우회는 어느새 ‘고대마피아’ 등의 부정으로 표현되고 심지어 ‘동문회’가 아닌 ‘교우회’라는 명칭을 사용한 다는 것으로도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늘 자랑거리인 고려대학교에 대한 시선에 불편함을 느끼는 것도, 그 시선들을 의식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때문에 미주 교우회를 통해 선배님들께 연락을 하려고 마음을 먹고 실제 메일을 쓰면서도 무엇이라 형언할 수 없는 기분이 자꾸만 들기도 했다. 별로 기대를 하지 않고 다음날 메일함을 열어본 우리의 입에서 나온 첫 마디는 ‘아, 역시 고대교우회!’ 였다. 시카고에 거주하고 계시는 선배님과 연락이 쉽게 닿지가 않아서 다른 주에 살고 계시는 선배님들께도 연락을 드렸는데 그 선배님들로부터의 메일이 도착한 것이다. 시카고에 거주하시는 선배님의 연락처를 몰라 미주 총동문회의 사무총장을 맞고계시는 선배님이나 홍보를 담당하고 계시는 선배님에게 우리의 메일을 전달해 주셨다는 답장, 연락처를 따로 몰라 도움이 되지 못해 미안하다는 답장, 실제 시카고에 거주하시는 선배님의 연락처를 첨부해 주신 답장.. 갑작스런 후배의 부탁임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방법으로 도와주시던 선배님들의 답장속에는 ‘내가 있는 곳에도 꼭 한번 오거라! 그리고 그때 꼭 연락하거라!’ 라는 가슴 따뜻해지는 한마디가 모두 공통적으로 담겨 있었다. 그런 선배님들의 후배사랑이 이 곳 시카고까지 고스란히 전해져서 9월 5일, 시카고의 한 한인식당에서 고려대학교 동문회 모임이 열렸다. 오하이오에 있는 Oxford라는 도시에서 온 고려대학교 교환학생 3명과 우리를 위해 Labor day임에도 불구하고 6명의 선배님들께서 자리를 만들어 반겨주셨다. 미국에 온지 1주일밖에 안됐음에도 한국 음식이 그리워서 벌써 향수병에 걸릴 것 같다고 농담을 하곤 했던 우리는 미국에서 처음 먹는 한국 음식보다 우리를 챙겨주시는 선배님들의 모습에서 더 감동을 받았다. 선배님들께서는 미국이 한국과 다른 점, 처음 미국에 오셨을 적의 이야기들을 들려주시며 유학생으로서 우리가 앞으로 겪게 될 어려움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 주셨다. 또한 선배님들의 학창시절 이야기는 우리에게 새로운 고대의 모습을 알 수 있는 시간이었고 처음 이 곳에 오기 전 아버지 뻘 되는 선배님들이, 혹은 그보다 더 높은 학번의 선배님들이 조금은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우려했던 마음들이 무색할 만큼 많은 대화와 웃음과 술잔이 오고 갔다.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셨던 시카고 교우회 선배님들뿐만 아니라 미주 곳곳에서 우리에게 신경을 써 주셨던 많은 선배님들의 관심과 사랑은 세간의 오해로 인해 조금 작아졌던 ‘고려대학교’에 대한 자부심을 다시 마음 한 가득 차고 넘치게 만들기에 충분한 것들이었다. ‘고려대학교’는 어떤 모습이든지, 어떤 말로 표현되든지 그 다섯 글자 자체로 나의 가장 큰 자랑거리임을 확인 받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바람의 도시 시카고에서 9월 6일 저녁, 가장 따뜻한 바람은 바로 이곳에서 불지 않았을까. 이 자리를 빌어 시카고에서 만난 모든 선배님들, 또 철없는 06학번 후배들의 메일에 더 도움이 되지 못한 것을 오히려 아쉬워하시며 마음 써주시던 모든 선배님들께 정말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 선배님! 감사하다는 흔한 말로 표현할 수 밖에 없음이 안타까울 만큼,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고려대학교 언어학과 06학번 강현주, 송혜림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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