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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이름때문에 놀림받을 때
10/05/2011
Posted by 총연 Bt_email

송온경의 책사랑

특이한 이름때문에 놀림받을 때  

 

송온경 도서미디어교사(롱아일랜드 데이비슨 초등학교)



책제목:     Chrysanthemum (국화)            
저자:         Kevin Henkes
특기사항: 1996년 초판 발행
대상:         4-8세


필자가 오래 전 초등학교에 다닐 때 흔치 않았던 이름 때문에 남자아이들에게 놀림을 받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필 자의 가운데 이름은 따뜻할 ‘온(溫)’이었다. 당시 그런 이름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던데다 성씨도 당시에는 희귀했던 ‘송(宋)’이어서 이름을 빨리 부르면 ‘손오공’처럼 들리기도 했다. 그래서 내게 붙여진 별명이 손오공, 송아지, 송사리, 오리온 등이었다.

심지어는 선생님들도 ‘온경’ 대신 ‘은경’으로 부르는 것이 예사였고, 어떤 분은 아예 ‘원경’ 또는 ‘윤경’이라고 부르는 분들도 계셨다. 그 당시에는 부모님께서 지어주신 그 좋은 이름이 솔직히 쑥스럽게 느껴지기도 했었다.

이처럼 이름을 가지고 놀리거나 놀림을 받는 일은 동양 뿐 아니라 서양에서도 비일비재하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온 학생들 중에는 한국 이름의 미국식 발음 때문에 놀림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를 들면 ‘범’으로 끝나는 이름을 가진 학생에게 ‘bum’이라 부르고, ‘수’로 끝나면 ‘sue’로, 또는 ‘석’으로 끝나면 ‘suck’으로 부르는 식이다.

이 제 새 학년이 시작되었다. 특히 유치원에 들어가는 어린 자녀가 이런 경우를 당하게 되면 당황하기 쉽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영문을 모를 수 있다. 미리 책을 통해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아이들에게 조그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오늘은 케빈 헹크스의 ‘국화’(Chrysanthemum)라는 동화책을 소개한다.

이 야기의 주인공인 국화(Chrysanthemum)는 태어나자마자 부모님의 사랑과 관심을 한 몸에 받는다. 너무나 소중한 아기에게 완벽한 이름을 지어주고 싶었던 부모는 가을철에 향기도 좋고 소담스럽게 핀 국화를 보고는 아기 이름을 ‘국화’라고 이름지었다.

국화는 무럭무럭 자라면서 자기 이름을 너무너무 좋아하게 된다. 엄마가 아침에 깨울 때 부르는 그 이름, 아빠가 저녁 먹으라고 부를 때 들리는 그 이름, 자신이 혼자서 속삭여봐도 너무 멋진 그 이름, 국화!

어 느덧 학교에 입학하게 된 국화는 밝은 노란색 원피스를 입고 함박웃음을 지으며 뛰어서 학교에 간다. 그런데 선생님이 출석부를 들고 아이들의 이름을 한 명씩 부르실 때, 국화의 이름을 듣고는 모든 아이들이 낄낄대고 웃는 것이 아닌가. 이름이 너무 길다느니, 꽃이름에서 따왔다느니 하면서….

이 제 국화는 자기 이름이 더 이상 자랑스럽지가 않았다. 집에 돌아온 국화는 반겨주는 아빠, 엄마에게 울면서 말한다. 내 이름이 너무 길다고, 꽃이름에서 따왔다고. 달래고 얼러주는 엄마와 아빠에게서 위로를 받고 기분이 좋아진 국화는 그날 밤 꿈에서 ‘제인’이라는 평범한 이름을 갖는다.

다음날 국화는 천천히 걸어서 등교한다. 급우들은 다시 국화의 이름을 가지고 놀리기 시작한다. 또 다시 풀이 죽어 집에 돌아온 국화는 아빠 엄마의 위로를 받고도 그날 밤 무서운 꿈을 꾼다. 급우들이 그녀의 얼굴을 둘러싼 꽃잎을 하나씩 하나씩 따가는 무서운 꿈을.

그 다음날 국화는 내키지 않는 발걸음으로 느릿느릿 학교에 간다. 자신을 놀려댈 급우들과의 대면을 늦추기 위해서….

그 날 아침 첫 시간에 만난 음악 선생님은 너무나도 멋진 목소리로 모든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국화의 이름을 가지고 놀려대는 아이들에게 음악 선생님은 조용히 말한다. 자신의 이름도 꽃이름에서 따온 ‘제비고깔꽃’(Delphinium)이라고. 또 자기가 딸을 낳으면 ‘국화’라고 이름지을 거라고.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아이들은 자기들도 금잔화, 카네이션, 백합화 등 꽃이름으로 불러달라며 법석을 떤다. 국화의 얼굴이 점점 밝아지며 잔잔한 미소가 피어난다.

작 가는 이 이야기를 통해 다섯 살짜리 여학생이 이름이 특이하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급우들로부터 받는 심적 압박감(Peer pressure)을 잘 묘사하고 있다. 또 그런 처지에 놓인 자녀를 사랑으로 감싸주는 부모, 이를 재치와 슬기로 해결하는 선생님의 모습을 잘 묘사하고 있다.

한국에서 건너왔거나 미국에서 태어난 우리 자녀들도 학교에서 얼굴색이 다르고 문화가 자기와 다르다는 이유로 동급생들로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자녀들이 이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도록 자녀와 수시로 대화하며, 그들의 고충을 들어주고 이해해주며 사랑으로 자녀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

이번 학기에 가르치게 된 600명의 학생들을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 가르치는 도서미디어 교사로서 한 사람 한 사람 이름을 부를 때마다 그 이름을 지어준 부모님들의 마음을 을 생각해보는 요즘이다.


송온경 도서미디어교사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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