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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개천절: 콜럼버스 데이(Columbus Day)
10/05/2011
Posted by 총연 Bt_email

송온경의 책사랑

미국의 개천절: 콜럼버스 데이(Columbus Day)

 

송    온    경  도서미디어교사(롱아일랜드 데이비슨 초등학교)


1. 개천절의 유래와 의미

 

나 라마다 건국일이 있다.  우리나라가 최초로 생긴 것은 기원전 2333년전에 단군이 단군조선을 세운 날로 알려져 있으나,  그보다 앞서 단군의 아버지 환웅이 웅녀와 결혼해 백두산에 나라를 세우고 홍익인간(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의 이념으로 통치하기 시작한 날로 보는 견해도 있다.  우리나라의 건국일을 개천절로 경축하게 된 것은 1909년 나 철이 대종교를 창시하면서부터라고 한다.

 

우 리나라사람들에게 있어서 하늘이 처음 열렸다는 의미의 개천절은 고유한 우리나라의 오랜 역사를 뜻하며, 특히 일제 통치하에서는 민족의식 고취를 위해 상해 임시정부에서 음력 10월 3일 이 날을 경축하였고, 해방 후부터는 우리나라  정부에서 양력 10월 3일에 경축하기 시작했다.


2. 콜럼버스의 신대륙 도착과 그 영향


미 국의 건국일이 언제냐고 묻는다면, 영국의 식민지였던 미국이 1776년 7월 4일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하고, 11년뒤인 1787년 9월 17일 미국헌법을 제정한  날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유럽인들이 북미, 중미, 남미를 포함해서 미대륙에 처음으로 도착한 날은 1492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처음이었다.  

 

13 세기에 유럽에서 마르코 폴로가 처음으로 중국을 다녀와서 쓴 동방견문록이 유럽에 소개된 이후로 많은 상인들이 그 당시유럽에서 귀했던 금, 향신료, 차 등을 얻기위해 중국이나 인도로 가려고 시도했다. 15세기만해도 동양으로 가려면, 육로로 통해 동쪽을 향해 한없이 가거나, 유럽에서 배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가다 아프리카 대륙을 한바퀴 돌아 동쪽으로 항해하는 것이었는데, 두 가지다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고, 여러가지 여건상 항해를 끝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 당시 지구가 접시처럼 납작해서 계속 항해하면 낭떠러지로 떨어질 것이라고 믿은 사람들이 많았지만, 콜럼버스는 달랐다.  이태리에서 직조사의 아들로 태어나, 언젠가 선원이 되기를 꿈꾸며 항해술과 지도, 나침반 보는 법을 익힌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는  오랜시간에 걸쳐 자신의 인도행 항해를 뒷받침해줄 스폰서를 찾다가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스페인의 이사벨라여왕의 후원을 얻게 된다.  그는 배 세척과  총 90여명의 선원, 통역관, 의사3명, 선장들의 시중을 들 하인들, 비서, 회계사들을 거느리고, 항해에 필요한 식품들과 기타 물품등을 싣고 동양으로 가는 항해를 떠난다.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믿고, 유럽에서 서쪽으로 계속 항해하면 인도가 나올 것이라고 굳게 믿은 콜럼버스는 스페인을 떠난 후 온갖 고생끝에 두 달만에 육지를 발견한다.  그는  새로운 땅에 발을 내딛자마자 산 살바도르라고 명명하고, 스페인의 국기를 꽂아 자신을 믿고 항해비용을 기꺼이 대준 스페인 여 왕에게 그 땅을 바친다.  그 날은 1492년 10월 12일이었으며,  그 땅은 지금의 카리비안 섬들 중의 하나인 바하마였다.

 

미 국에서 출판된 많은 책들에서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다고 서술하고 있 지만, 사실 그 곳은 지금의 서인도 제도에 있는 조그마한 섬에 불과 했으며, 오래 전부터 ‘타이노(Taino)’라는 미원주민들(Native Americans)이 살고 있었다.  콜럼버스는 그곳이 인도라고 철석같이 믿었기에 그곳의 원주민들을 인디안이라고 불렀고, 훗날 많은 사람들이 미원주민들을 인디안으로 잘못 부르는 계기가 되었다.  콜럼버스의 ‘신대륙발견’이 유럽 전역에 알려지자 유럽의 해양 강국들은 너도 나도 신대륙에 식민지를 차지하기 위해서 자국의 탐험대 들을 신대륙에 보냈다.

 

3. 콜럼버스의 신대륙 도착의 의미: 백인들과 원주민들의 엇갈린 운명

 

그 중에서도 영국은 미국 대륙에서 최초로 버지니아주 체사피크만에 제일 먼저  식민지를 건설하여 제임스 타운이라 명명하였고, 영국에서 건너온 최초의 유럽인들은 처음에는 미원주민들로부터 농사짓기, 물고기 잡기, 열매따기 등 새로운 세계에 적응하는 기술을 습득했다.  그러나, 유럽에서 점점 더 많은 숫자의 사람들이 미대륙에 이주해오면서, 이곳에서 만오천년전부터 살고 있었던 미  원주민들(Native Americans)과 마찰은 불가피해졌다.  땅은 하늘이나 공기처럼 서로가 공유하는 것이지 사유한다는 개념이 없었던 미원주민들과 미원주민들에게 문서를 넘겨주고 땅을 샀다고 생각한 백인들과의 근본적인 인식의 차이가 오해를 낳고, 나아가서는 무력이 동원되어 미원주민들의 입지는 점점 축소되었고 영국은 점점 식민지를 넓혀나갔다.

 

1787 년 미대륙의 동부13개 식민지들이 모여 미국이라는 새로운 국가를 선포하고 나서, 미국정부는 미원주민들을 인디안 보호 구역 (Indian reservation) 으로 이동시키고, 말을 안들을 경우에는 군대를 동원해 보호구역으로 강제 이주시켜 미원주민들에게는 눈물의 역사가 시작되었으나 백인들에게는 영광(?)의 서부개척역사가 시작되었다.

 

4. 콜럼버스데이의 유래와 이태리계 미국인들의 축제

 

어 쨌든 콜럼버스의 미대륙 항로발견을 기념하기 위하여, 1937년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이 10월의 두번째 월요일을 콜럼버스 데이 연방공휴일로 제정한 이후, 미 전역의 많은 대도시들에선 콜럼버스데이가 되면 거리퍼레이드가 화려하게 펼쳐지고 있다.  특히, 각 대도시의 이태리계 미국인들은 자신의 조상인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미대륙을 발견한  이후로 유럽에서 백인들이 건너왔으므로 콜럼버스를 영웅시하며, 여러가지 거리퍼레이드를 펼치며 이태리의 음식과 이태리 문화페스티벌을 벌인다.  매년 콜럼버스데이가 되면 뉴욕시에서는 500명이상의 이태리계 저명인사들이 맨하탄 거리를 행진하며, 콜럼버스의 신대륙발견과 이태리계 미국인들의 미국사회 공헌을 축하하는 콜럼버스데이 퍼레이드를 펼친다.  


콜 럼버스가 도착한 섬은 그의 이름을 따라지어지지는 않았지만 북남미대륙과 중미의 섬나라들에서는 그의 도착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지어진 지명들이 많다.  남미에 위치한 나라 콜롬비아,  미국의 수도 워싱턴이 소재한 콜럼비아 특별구(Washington, D.C.), 워싱턴에 소재한 콜럼버스 기념도서관외에도 많은 시, 강, 길, 관청들이 콜럼버스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스페인어를 쓰는 중남미의 나라들 중에서 콜럼버스의 신대륙 도착일인 10월 12일을 ‘인종의 날(Day of the Race)’ 이라 하여 스페인의 유산을 경축하는 국가들도 있다.

 

5.  미원주민들의 입장에서 본 콜럼버스데이 퍼레이드

 

하 지만, 콜럼버스때문에 스페인 사람들에게 자기의 땅을 빼앗긴 원주민들이 이 날을 전혀 기뻐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몇년전 콜로라도 덴버시에서는 이 시의 연례 콜럼버스데이 퍼레이드를 반대하며 콜럼버스에 반대하는 슬로건, “콜럼버스는 지배의 상징이다” 와 “콜럼버스데이라 하지 말고 다빈치데이라고 부르라 ”고 외치던 미원주민들이 구속되는 일이 벌어졌다.

 

콜 럼버스데이 퍼레이드에 반대하는 시위는 1989년부터 매년 내려오고 있으며, 콜럼버스때문에 평화롭게 살던 땅을 백인들에게 빼앗기게 된 미원주민들은 ‘콜럼버스’라는 이름을 듣기가 아주 거북한 것같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콜럼버스 데이' 대신 '인디저너스 데이 (Indigenous Day: 원주민의 날)'라고 하여 반대의 입장에서 이 날을 기리고 있기도 하다.

 

6.  아동문학을 통해 재 조명된 콜럼버스의 신대륙 도착


미 국의  유명한 아동작가인 제인 욜렌 (Jane Yolen) 은 ‘조우(Encounter)’ 라는 제목의 그림책에서 타이노족 원주민(Tainos) 소년의 눈에 비쳐진 콜럼버스의 바하마 도착 당시의 모습을 통해 다른 시각에서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을 묘사해주고 있다.

 

‘조 우’라는 책은, 타이노족들이 평화롭게 살고 있던 섬에 어느날 세척의 선박이 정박하는 것을 나무뒤에서 지켜보는 원주민 소년의 겁먹은 모습을 소개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콜럼버스와 그의 선원들은 큰 배에서 조그만 보트로 갈아 타고 섬에 닿자마자 누구의 허락도 받지 않고 당당하게 스페인의 깃발을 그 섬에  꽂는다.  

 

더 운 열대기후의 섬에서 신체의 중요한 부분만 가리고 살던  원주민 소년의 눈에는, 모자를 쓰고  긴 의복과 갑옷을 입은 콜럼버스와  그 선원들이 마치 어제밤 꿈에서 본, 하늘에서 날아 내려오는 커다란 새들처럼 느껴졌다.  그들의 손은 원주민들의 피부색에 비하면 희디 희어 이 세상 사람의 손같이 느껴지지 않았다.  

 

원 주민들의 추장은 이 신기한 방문객들에게 우정을 다지는 의미에서 무명실타래를 선사하고, 물고기를 잡는데 사용하라고 창을 주었으며, 그들의 오락을 위해 고무로 만든 공과 앵무새 등을 선물로 주었다.  이에 콜럼버스와 그 일행은 원주민들에게 구슬을 꿰어 만든 목걸이와 딸랑 딸랑 소리가 나는 방울들 그리고 모자들을 답례로 주었다.  처음으로 써보는 모자를 받아쓰고, 구슬 목걸이를 목에 두른 소년은 조금 전의 콜럼버스 일행에 대한 두려움을 잠시 잊고 즐거움에 빠진다. 그리고 그 즐거움은 소년으로 하여금 그 불청객들을 의심하는 마음도 잊게 만들었다..  

 

원 주민들은 커다란 환영파티를 열어 고구마, 카사바뿌리로 만든 빵, 그리고 싱싱한  물고기를 불에 구워 대접했으며, 추장은 담배잎을 손수 말아 그들에게 피워보라고 권하기도 했다.   하지만, 백인들이 원주민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원주민들이 코나 목에 차고 있는 금장신구들을 만져보면서 얇은 입술사이로 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웃는 것을 본 소년은 그들을 향한 불신감을 다시 갖게 되었다.  창백한 피부의 이방인들이  미덥지 않은 소년은 환영연을 떠나 자신이 믿는 신의 조각상 앞에 가서 빌었다.  제발 그들이 빨리 이 섬을 떠나게 해달라고…

 

소 년이 다시 환영연으로 돌아가 콜럼버스 일행들이 옆구리에 차고 있는 끝이 뾰족하며, 반짝이는 긴 물건을 호기심에 만지자 그의 손에서 곧 빨간 피가 배어나오는 것이었다.  깜짝 놀란 소년은 날카로운 칼을 차고 있는 그들에 대한 경각심을 더욱 가지게 되었다. 원주민들도 콜럼버스 일행이 가지고 있는 칼이나 거울 또는 총들을 가지고 싶어 했지만 그들이 받은 것은 방울이나 구슬 목걸이 또는 모자와 같이 값싸고 무기가 될 수 없는 일상 장신구들 뿐이었다.  

 

며 칠 후 백인들이 떠나며, 스페인 왕에게 바칠 목적으로 여러 명의 젊은 원주민들을 자신들이 타고 온 배로 데려갔다.  소년도 그들 중의 하나가 되었다.  자신의 섬을 뒤로 하고 유럽으로 되돌아가는 콜럼버스의 배를 타고 가던 소년은, 자신의 섬이 보이지 않게 되자 겁이 덜컥 나서 물 속으로 뛰어 내렸다.  온갖 고생끝에 자신의 섬으로 돌아온 소년은 저 백인들을 믿지 말라고 어른들에게 외치고 다녔으나 이미 백인들이 주고간 물건들에 정신이 빼앗겨 버린 어른들은 아무도 소년의 말에 귀기울이지 않았다.

 

책 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이제 많은 세월이 지나 할아버지가 된 소년이 남루한 백인의 의복을 입고 물가에 망연히 앉아 있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혼자서 말한다. “우리는 하늘에서 내려온 이방인들에게 우리의 땅을 빼앗겼다.  그들은 우리의 언어대신 그들의 언어를 우리에게 주입시켰으며, 우리는 점점 우리의 전통이나 습관을 잊어버리게 되었다: 우리의 자손들은 그들의 자손들이 되었고… 그래서 나는 이제  더 이상 꿈을 꾸지않는다”라고.

 

이 짧은 동화책은 콜럼버스의 신대륙 도착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유럽인들의 시각에서 바라본 수많은 책들과는 달리, 피해자인 미원주민 소년의 시각에서 바라본 것으로, 기존의 틀에 고정된 독자들의 생각과 관점을 바꾸어주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며, 읽고 나서도 길고 진한 여운을 준다.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역사적 사실의 양면성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책이다.    

 

송온경 도서미디어교사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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