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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Kyung Joo's BookLove('싱아'의 의미)
12/29/2011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Who Ate Up All the Shinga?
미평화봉사단(Peace Corps) 의 일원으로 한국에서 젊은 시절을 보내시고 뉴욕한인교사회의 북클럽을 담당하고 계신 부르스 발라드선생님의 추천으로 읽게 된 이 책은 제목부터 아리송했다. 싱아? 싱아가 무얼까?
박완서의 자전적 소설인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영문으로 번역한 이 책은 2009년 콜럼비아대학출판사에서 출간되었는데, 미국에서 낳고 자라 한국의 역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한인 2세들에게 1940년대 한국이 일제치하에 있었을 때 부터 1945년 해방, 이승만 대통령의 취임, 6.25 사변의 발발에서 1.4후퇴까지의 역사와 사회상들을 작가와 작가의 가족들에게 일어난 사건들을 통해 소설의 형식을 빌어 전해주고 있다.
영어로 번역되었지만, 첫 페이지부터 박완서 작가의 탁월한 인물묘사는 독자의 관심을 사로잡는다. 개성 근처의 박적골에서 태어난 그녀의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정서적으로 풍성했던 어린 시절과 성장 과정이 가부장적인 할아버지와 맏며느리였던 어머니의 성격 묘사, 친척들간의 관계를 통해 잘 그려져 있다. 맏며느리였던 작가의 어머니가 어른들의 반대를 무릎쓰고 시골을 떠나 두 자녀를 데리고 서울로 이사 와야 했던 이유와 또 작가의 가족들이 현저동에서 살아가며 겪는 생활상이 그 시대를 배경으로 잘 묘사 되어 있다.
특히, 박완서 작가의 문학적 감수성은 어린 시절 석양이 질 때 들판에서 노을에 물든 수수를 바라보며 울고 싶었던 순순한 비애에서부터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전래 동화, 삼국지 등 어떤 이야기라도 재미있고 실감나게 이야기 해주시던 작가의 어머니와 서울로 이사온 후 처음으로 사귄 학교 친구와 함께 동네 도서관에 함께 가서 맘껏 양서들을 읽었던 일들이 필자의 문학적 소질을 키워주는데 큰 공헌을 한 것으로 여겨진다.
박완서 작가는 자신이 5학년 때 서울로 이사 온 후 가까이 지냈던 숙부 가족, 오빠, 엄마 등에 일어난 일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 그 당시의 시대상을 독자들에게 전해주고 있다. 일제가 물러가고 나서 동네사람들의 태도 변화 및 사상적 혼란기에 각기 다른 학생들의 반응이 그려져 있다. 서울대 문리대 국문과에 입학하여 꿈에 차 있던 작가에게 닥친 것은 6.25 사변. 그로부터 작가와 작가의 어머니, 오빠, 숙부네 가족 등이 겪은 온갖 시련들이 묘사되고 1.4후퇴때 서울을 빠져나가려다 다친 오빠와 어린 조카들때문에 서울 현저동에 주저앉는 것으로 이 자전적 소설은 끝난다.
그러나 그 당시 만 스무살이었던 작가는 자신과 자신의 가족들에게 닥쳐온 이 시련의 이야기를 언젠가 글로 쓰겠다고 다짐하며 굶주림과 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났다고 쓰고 있다. 그녀가 글을 쓰기 시작한 40세로부터 21년후인 1992년에 그녀의 이야기는 우리말로 세상에 선을 보였다. 자신의 가족사를 공개하면서까지 한국의 현대사의 한 페이지를 글로 남겨 독자들에게 전해준 그 용기에 찬사를 보낸다.
필자도 우리 부모님세대가 일제치하에서 겪었던 어려움 (학교에서 일본말만을 써야만 했고 창씨개명을 강요당했으며 재일유학생들은 학도병으로 끌려감)과 6.25동란으로 피난가야했던 일들을 어머니로부터 전해들어서 알고있으나 요즘 10대, 20대, 30대 만 해도 부모님들이 일제의 압제나 6 25 전쟁을 직접 겪은 세대가 아니라서 책으로 밖에는 그 시대의 한국역사를 배울 수가 없다.
지난 8월 미국 수로국에서 동해를 일본해로 단독 표기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이후 이곳 뉴욕을 비롯한 미국 현지 동포사회에서 동해 표기 관철을 위한 캠페인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필자가 학부모 모임이나 대학 동문 모임, 학부모 세미나 등에서 만나는 사람들마다 동해 표기 서명서에 사인해줄 것을 요청하자 주로 이민 1세나 1.5세이신 분들은 동해 표기 서명서에 사인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곳에서 태어난 2세들은 어떠한가? 동해를 둘러싼 한국과 일본간의 갈등을 이해하려면 한국의 역사에 대해 알아야 하는데, 이곳에서 낳아 자란 2세들은 초등학교에서 미국역사와 지리에 대해 배우고 3학년때에는 세계의 여러나라들에 대해 배우지만 한국은 그 나라들 중에 들어가 있지 않다. 중고등학교에 올라가서는 미국사, 세계사도 배우게 되지만 한국의 역사와 지리에 대해서는 별로 배울 기회가 없다.
이 책은 미국에서 태어난 한인 2세들이 1940-1951년까지 한국의 역사, 인심, 풍속, 시대상 등을 잘 이해할 수 있는 교재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또 필자처럼 서울 토박이라서 싱아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사람은 싱아가 무엇인지 그리고 이 책의 제목인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 까?” 가 무엇을 상징하는 지도 알아보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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