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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校呼
02/01/2011
逢南 韓 泰格
미국 중, 고등학교에도 교훈(校訓)이라는 것이 있는지 모르겠으나, 한국의 학교에는 학교마다 교훈(校訓)이라는 것이 있다. 깨끗하자, 부지런하자, 책임 지키자 라든가 자유인, 문화인, 평화인 또는 참되고, 착하고, 아름다워라 와 같이 각 학교가 지향하는 또는 특성을 나타내는 슬로간(Slogan)이 있다.
마치 West Point 미 육군사관학교에 Duty(의무수행), Honor(명예수호) 그리고 Country(조국방위)라는 교훈이 있는 것처럼……
교훈과 더불어 학교의 이념을 나타내는 것으로 교호(校呼)가 있다. 호(呼)-글자 그대로 다수(多數)가 모였을 때 일체감(一體感)을 드높이기 위하여 “부르짖는” 모토(Motto)말이다.
여기서 독자 여러분은 필자의 출신교를 밝히는 것에 대하여 양해하여 주었으면 한다. 왜냐하면, 출신교를 밝혀야 이야기를 전개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고려대학교(高麗大學校) 상과 대학 출신이다. 속칭(俗稱) “잘 나간다”는 고려대학교, 소망교회, 영남을 뜻하는 “고소영”가운데 첫 자다.
일개 대학의 이야기를 일반 독자들이 읽는 칼럼에 쓰는 이유는 고대의 역사가 100년을 넘었고, 재학생 그리고 졸업생의 숫자가 300,000명에 달해 집안에 아니면 멀리 사돈의 팔촌가운데 고대출신 한 두 명은 있게 마련이고 또한 졸업생 가운데에는 대통령을 비롯하여 각계각층에서 중추적(中樞的)인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일반화하여도 용인(容認)될 사항이라고 사료되어 여기에서 거론키로 한다.
여기서 다시 필자는 독자 여러분에게 이실직고(以實直告) 또는 종교적인 단어를 쓴다면 고해성사(告解聖事)를 하여야 할 일이 있다.
학교가 극성(!)스러워 고연전(高延戰)을 포함하여 많은 경기에 참여하고, 학생 서클 소속이 요구되는 학창시절 동안은 말할 것도 없고, 졸업 후에도 모였다 하면, “주먹 쥐고 휘두르며 불러대는 것”이 교호(校呼)였건만, 그 교호가 무엇을 말하는 지, 무슨 뜻을 가지고 있는지 필자는 어제까지 알지 못했다. 궁색(窮色)한 변명일 지 모르지만, 교호란 “불러대는” 것이었기 때문에 활자를 통하여 한번도 본 일이 없기 때문이라고나 할까?
서울 가격의 두 배 반이라는 거금(巨金)을 주고 구입한 월간조선 2월호를 보고서야 교호의 연유(緣由)를 알게 되었다.
고대 교호는 “입실렌티 체이홉 코시코 칼마시케시케시 고려대학!” 이다.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속도를 붙여 서너 번을 목청 높여 연창(連唱)하게 마련이다. 아무도 무엇을 말하는지 알지 못하면서 말이다. (알면서 불러 댓다면 그 건 더 큰 문제를 내포한다..)
자 그럼 어떤 뜻인지 알아 보자. 오스만 터키에 저항하였던 입실렌티, 러시아의 극작가 안톤 체홉, 폴랜드 최초의 독립운동가 코시치우슈코, 그리고 칼 마르크스( Karl Marx)로 자유와 독립을 위하여 투쟁하였던 사상가들의 이름을 나열시킨 것이다.
2011년에도 사용되고 있는 이 교호는 1920년대에 만들어 졌다고 한다. 그러니까, 90년 가까이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1920년대라면 3.1 운동이 1919년에 일어났으니 독립운동, 일제에 대한 저항운동이 조선사회를 지배하고 있었던 암울(暗鬱)하였던 시대였다. 교호에서 당시 젊은이들이 추구하는 사상, 이념 또는 분노를 읽을 수 있겠다. 그러나, 1980년 말 동구(東歐)가 붕괴되면서 칼 마르크스(Karl Marx)의 이론도 심판 받았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대한민국이 건국된 지 63년, Karl Marx 이념을 추종하는 세력과 대결, 준(準)전쟁상태에 있을 뿐 아니라, 1920년대 피 식민시대, 좌절과 절망의 시대에 추구하였던 가치관(價値觀)을 표상(表象)하는 그런 교호를 21세기 고대 3 대 이념인“자유, 정의, 진리”에 짜 맞추려 하는 것은 대한민국 건국(建國)이념이나 고려대학교의 건학(建學)이념과도 배치(背馳)되는 것이다.
고대정신도 시대변화에 맞게 재편하고 새롭게 적용해야 하는 것처럼, 1920년대 시대정신(Zeitgeist)을 반영한 슬로건도 21세기 시대상황에 맞게 수정(修正)하여야 한다.
고려대학교가 Karl Marx이론을 신봉(信奉)하는 평양의 김일성대학이 아닐진대 하루바삐 법고창신( 法古創新 옛 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의 정신으로 새로운 교호(校呼)를 제정할 것을 강력히 권고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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