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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맥클로스키의 동화‘Make Way For Ducklings’는 가족의 소중함과 부모의 사랑, 가정교육의 중요성 등을 느끼게 해준다. 보스턴시민공원에 있는 엄마 오리와 8마리의 새끼 오리 청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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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님 행차요. 길을 비키시오.“ 우리 나라의 전래 동화에서 많이 듣던 대목이다. 그런데 이 책의 제목도 “오리들이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고 외치고 있어 우리들에게 친숙한 궁금증을 자아낸다. 1941년에 출판된 이 책은 미국에서 지난 70년간 한결같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2003년에 매사추세츠주를 대표하는 아동서적으로 꼽힌 이 책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한 쌍의 청둥오리가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날아가고 있었다. 앞으로 태어날 새끼오리들을 생각해서 조용하고 안전한 곳을 찾던 오리들이 보스턴 시민공원을 발견하고는 연못에 내려 앉는다. 물도 마시고 시민들이 던져주는 땅콩도 먹으며 이곳에 정착할까 생각하다 지나가던 자전거에 치일 뻔한 후, 인근 찰스강까지 날아가 그곳에 조용하고 평화로운 작은 섬을 발견하고는 내려 앉아 물가에 집을 짓는다. 오리부부는 강둑에서 만난 마이클이라는 마음씨 좋은 순경이 땅콩을 주자 매일 같이 마이클을 찾아간다.
그러나 얼마 후 엄마오리는 8개의 알을 낳고 나서는 알들을 지키느라 좀처럼 자리를 뜰 수가 없게 되었다. 곧 8마리의 새끼오리들이 태어나고 엄마, 아빠 오리는 부지런히 새끼오리들을 돌보았다. 하루는 아빠오리가 강이 어떻게 생겼는지 좀 보고 오겠다며, 일주일 후에 시민공원 안에 있는 연못에서 만나자고 말한다. 엄마오리에게 새끼들을 잘 돌보라고 이르는 아빠오리에게 “염려 말아요”며 자신 있게 말하는 엄마오리는, 그 동안 혼자서 8마리의 새끼오리들에게 수영하고 다이빙하는 것은 물론 이름을 부르면 얼른 달려 올 것이며, 어디 갈 때는 항상 일렬로 행진하고, 자전거나 스쿠터로부터는 안전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 등을 철저히 가르쳤다.
어느 날 아침 엄마가 이름을 부르자 차례대로 물속에 정렬한 새끼오리들은 엄마오리의 뒤를 따라 건너편 강둑까지 헤엄친다. 강둑에서 길가로 나온 엄마오리와 뒤따르던 새끼오리들이 횡단보도를 건너려 하자 지나가던 운전자들이 경적소리를 낸다. 깜짝 놀란 9마리의 오리들이 “꽥꽥”하고 소리를 지르자, 그 소리를 듣고 달려온 마이클 순경이 횡단보도 한 가운데 서서 교통정리를 하며 엄마오리와 그 뒤를 따르는 새끼오리들이 안전하게 길을 건너도록 도와주었다. 곧 이어 경찰차와 네 명의 경찰들이 시민공원 앞 네 방면에서 오는 차들을 모두 일단 정지시키고 오리 가족이 공원 앞 대로인 비콘스트리트를 안전하고 질서정연하게 건널 수 있도록 해주었다. 공원 안에 발을 들여놓은 후 오리 가족이 뒤를 돌아보며 경찰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자 경찰들도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엄마와 새끼오리들은 마침내 시민공원의 연못에 도착하여, 아빠 오리와 약속한대로 아빠 오리가 기다리고 있는 연못 안의 조그만 섬으로 유유히 헤엄쳐 갔다. 새끼 오리들은 이 연못을 너무 좋아해서 오리가족들은 이곳에 정착하여 잘 살았다는 얘기다.
이 이야기는 한 쌍의 오리가 새끼들을 위해 가장 안전하고 적합한 곳을 꼼꼼히 찾는 것에서부터 엄마오리가 새끼오리들에게 얼마나 철저히 생존과 안전을 위한 교육을 시키는지까지 가족의 소중함과 부모사랑 그리고 가정교육의 중요성을 느끼게 해준다. 또한 오리가족이 안전하게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도록 배려한 친절한 경찰관들의 모습과 이에 협조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통해 질서가 지켜지는 미국 사회의 한 단면을 볼 수 있다.
2학년 학생들은 이 책의 배경이 된 보스턴이라는 시를 중심으로 어떤 지명이 줄거리에 있었는지 기억을 되살려 보스턴 시민공원, 청사, 찰스강, 비콘스트리트 등을 보스턴 지도에서 찾아 엄마오리와 새끼오리들이 이동한 코스를 지도에서 살펴 봄으로써 동서남북의 방향 및 지도보는 법을 배울 수 있다. 나아가서 자신들이 사는 시와 보스턴을 도표로 비교해 보고 나서 그림을 그리고 글로 써보면서 재미있는 독후활동을 한다.
필자는 지난 주말 보스턴 방문길에 이 책의 주인공인 엄마오리와 8마리 새끼오리들이 경찰들의 보호아래 지나갔을 법한 비콘스트리트를 건너, 시민공원으로 들어가보니 그곳에는 아빠오리를 만나러 가는 엄마오리와 8마리 새끼오리들의 청동상이 길가에 줄지어 서있었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막 지나서인지 오리들이 모두 목에 빨간 리본들을 두르고 있었다. 1987년에 세워진 이 오리들의 조각품은 25년간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아오고 있으며, 아이들에게 신비한 동화세계를 체험하게 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