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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마피아 정 · 관계를 흔드는 결속력
05/08/2009
Posted by Los Angeles 이.애란 (국문 92) Bt_email
Annekong

한겨레 기사입니다. (2005.05)
원문 http://www.hani.co.kr/section-009100003/2005/05/p009100003200505261526001.html

고대마피아 정 · 관계를 흔드는 결속력

사회악은 아니다. 잘 뭉쳐 붙은 별명
왜 뭉칠까. 생존을 위해서?
캠퍼스 한곳에 모여 일체감 형성?
지방출신들 집단 충성심 강해서?
지구상 어디서든 동문들 끈끈
선배들 “옛날같지 않아” 걱정


한 국 사회의 3대 마피아 집단이란 것이 있다. 고려대 교우회, 호남 향우회, 해병 전우회다. 마피아라고는 하지만 ‘사회악’이란 의미는 담겨 있지 않다. 자기들끼리 뭉치는 힘, 정확히 말해 놀라운 결속력 때문에 마피아라는 별명이 붙은 것 같다. 3대 마피아 구성원들 스스로도 자기가 속한 집단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언제부터 누가 3대 마피아란 말을 쓰기 시작했는지는 알 수 없다. 1987년 대통령 선거와 양김씨 단일화 실패를 계기로 호남 사람들의 정치적 결속이 시작됐고, 그 때부터 3대 마피아라는 말이 돌기 시작했다는 주장이 유력하다.

출 신대학 선후배들끼리 결속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고려대 출신들은 확실히 유별난 데가 있다. 직장에서 출신 대학 선후배들끼리 모여 회식을 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그런데 고려대 모임 직후에는 반드시 그 직장과 주변 식당가에 소문이 좍 퍼진다. 식당에서 교가와 막걸리 찬가, 응원가를 함께 부르기 때문이다. 백발이 성성한 60대부터 대학을 갓 졸업한 20대까지 한 자리에서 같이 합창을 하는 장면은 이채롭다 못해 장엄하기까지 하다. 술잔을 들고 외치는 건배 구호는 ‘위하고!’다. 연세대 출신들은 ‘위하세!’를 외친다나?

고려대 출신들은 사회에서 처음 만난 사이라도 입학년도(학번)를 따져보고 곧바로 서열을 정한다. 재수나 삼수를 해서 나이가 많다는 것은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다. 출신 학과도 중요하지 않다. 고대를 나왔으면 그만이다. 선배는 후배에게 곧장 말을 ‘까고’, 후배는 선배를 ‘형’이나 ‘형님’이라고 부른다. 초면의 상대방이 고려대 선배라는 것을 미리 알 경우 첫 호칭은 대개 ‘형님’이다. 고려대를 나오지 않은 사람들은 이런 장면을 직접 목격하면 대개 경악한다. 형이라는 호칭은 나이가 들어도 변하지 않는다. 고려대 출신인 정세균 열린우리당 원내대표(55)는 고려대 선배인 임채정 의원(64)을 사석에서 “채정이 형”이라고 부른다.

고려대를 나온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이 정치 휴식기에 미국에 머물던 시절이 있었다. 그가 미국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만난 사람은 공항으로 마중나온 고려대 후배였다. 그리고 그가 미국에 머물면서 어울린 사람들의 절반은 고려대 사람들이었다. 지구상 어느 곳이든 고려대 출신 2명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고려대 교우회가 존재한다. 남아메리카든 아프리카든 장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고대 마피아’에 대한 에피소드는 무궁무진하다. 오래 전의 일이다. 서울시에서 약 10 대 1의 경쟁을 뚫고 국장으로 승진한 사람이 있었는데, 고려대 출신이었다. 객관적으로는 승진하기 어려운 조건을 갖추고 있었는데, 당시 서울시 부시장과 내무국장이 고려대 출신이었다. 고려대 출신 서울시 간부들과 고려대 출신 서울시 출입기자들이 모여 승진 축하 회식을 했다. 신임 국장은 “제가 이번에 승진을 한 것은 부시장님과 내무국장님이 끌어주셨기 때문입니다”라고 인사를 했다. 기자들도 있는 자리에서 자신이 학연에 의한 정실인사로 승진했음을 자랑스럽게 밝힌 것이다. 그는 “제 딸이 이번에 연세대 영문과를 가겠다고 했는데, 제가 고려대를 나와야 사회생활을 잘 할 수 있다고 권고해서 고려대에 입학시켰습니다”라고 말했다. 큰 박수가 터졌다.

서울대나 연세대에 갈 수 있는데도 고려대를 나온 아버지의 강한 권유로 고려대에 갔다는 얘기는 비일비재하다. 사회생활을 해보면 고려대 출신이라는 것이 크게 도움이 되더라는 게 이유다. 고려대의 ‘힘’은 정계와 관계에서 특히 강하다.

정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고대인은 이명박 서울시장이다. 그가 대통령이 되면 고대 출신 첫 대통령이 된다. 많은 고려대 출신들이 그를 돕고 있다.

열 린우리당의 김덕규 국회 부의장과 임채정 의원도 얘깃거리가 된다. 둘 중에 한 사람이 내년 5월 17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을 맡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상한 것은 지금까지 고려대 출신 중에 국무총리, 국회의장, 대법원장 등 이른바 3부 요인이 한 사람도 없었다는 점이다. 고려대 출신 국회의원은 너무 많아 이름을 다 적기 어렵다. 대학원까지 치면 47명이나 된다. 열린우리당에는 정덕구, 문학진, 안병엽, 전병헌 의원 등이 있고, 한나라당에는 박계동, 박형준, 이강두, 이계진, 권오을, 박성범 의원 등이 있다. 민주노동당의 천영세, 노회찬 의원도 고대인이다.

관계에는 현역으로 오영교 행정자치부 장관, 변양균 기획예산처 장관, 김종빈 검찰총장, 허준영 경찰청장, 유지담 중앙선관위원장 등이 있다. 재계에는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박종구 삼구그룹 회장,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배정충 삼성생명 회장, 이웅렬 코오롱 회장, 이학수 삼성 구조조정본부장, 최태원 에스케이그룹 회장 등이 눈에 띈다. 언론계도 막강하다. 김병관 동아일보 회장, 노성대 방송위원장, 최학래 한겨레 고문, 유균 방송영상진흥원장, 길종섭 한국방송 대기자, 구본홍 문화방송 보도본부장 등이 있다.

사람도 사람이지만 고려대는 그 자체로 한국 현대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학생운동과 고려대를 떼어서 생각할 수 없다. 4·19는 고려대 학생들의 4·18 시위가 도화선이 됐다. 유신에 반대하는 고려대생들을 제압하기 위해 박정희 당시 대통령은 1975년 고려대 한 대학만을 겨냥한 긴급조치 7호를 발령했다. 학생운동의 전통은 1980년대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1980년 서울의 봄 당시 총학생회장은 신계륜 현 열린우리당 의원이었다. 그리고 총학생회가 부활한 1984년부터 1988년까지 총학생회장들은 김영춘, 허인회, 김윤태, 이인영, 오영식이었다. 김영춘 이인영 오영식 세 사람은 현재 열린우리당 의원이다. 이인영 의원은 87년 전대협 1기 의장, 오영식 의원은 88년 전대협 2기 의장을 지냈다. 전대협 3기 의장은 한양대 출신의 임종석 의원이었다.

고려대가 80년대 학생운동을 주도한 것은 86년부터 건국대 사건, 구국학생연맹 사건, 자민투 사건 등으로 서울대 학생운동권이 거의 뿌리가 뽑혔기 때문이다. 고려대 학생운동권은 실제 운동의 핵심세력이 총학생회장이나 전대협 의장을 맡는 ‘대중노선’을 강화했고, 1987년 6월항쟁에서 고려대는 학생운동권의 중심이었다.

도대체 고려대 출신들은 왜 뭉치는 것일까? 고려대 출신들을 만나서 물어보았다. ‘2등 집단’에서 답을 찾는 사람들이 있었다. ‘1등 집단’인 서울대 출신들은 자기들끼리 경쟁을 하기에 바쁘지만, 고려대 출신들은 선배가 후배를 끌어주고 후배는 선배를 밀어주어야 어느 조직에서든 ‘생존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해관계를 중심에 놓으면 이런 분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해관계가 없는 고려대 출신들이 잘 뭉치는 현상은 문화적 차원의 설명이 필요하다. 처음부터 캠퍼스가 한 곳에 모여 있었기 때문에 단과대 귀속감이 거의 없고 학교 전체단위로 움직이는 ‘속성’을 원인으로 꼽는 사람들이 있다. ‘공간’을 근거로 한 분석이다. 서울대는 법대, 문리대, 공대 등 단과대에 대한 귀속감이 높고 캠퍼스도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시위를 해도 백명 단위로 모였지만, 고려대는 학생운동도 총학생회 단위로 했다는 것이다. 4·18 때도 천명 단위로 움직였다는 증언들이 있다.

보다 설득력이 있는 주장은 지방 출신이 많기 입학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순박하기 때문에 개인의 이익보다 소속 집단에 대한 충성심이 본래 강하다는 것이다. 다른 대학에 비해 여학생들이 적었다는 것도 지적할 만하다. 고려대에는 음대나 미대 등 여학생이 갈만한 학과가 많지 않았다. 심지어 근처에 여자대학도 없다.

이렇게 ‘시골 출신 남자들’의 문화가 곧 고려대 문화의 ‘정체’일 수 있다는 주장이 가장 그럴 듯했다. 지방 출신 남자들이 입학 초기부터 선배들과 어울려 다니며 막걸리를 마시고 응원연습을 통해 일체감을 기르다보니 마피아 수준의 결속력을 갖추게 됐다는 것이다.

지방 출신이 많다는 것은 고려대 졸업생들이 다른 학교 출신들에 비해 정계와 관계에 활발하게 진출하는 이유를 설명해 주기도 한다. 서울로 가서 ‘벼슬’을 해야 동네 사람들이 인정해 준다는 것이다.

그 런데 지방 출신들이 왜 하필 고려대에 많이 입학했는지 그 이유는 좀처럼 알 수가 없었다. 서울대는 일제의 흔적이 남아있고 연세대는 선교사가 세운 학교인데 비해, 고려대는 민족성이 강하기 때문일 것이라는 ‘추측’ 정도를 들을 수 있었다. 신계륜 의원은 “지방 학생들이 서울에 가더라도 소외받거나 차별받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학교 이미지가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광주 출신인 그는 “연세대는 왠지 ‘서울내기’들 사이에서 지방 출신들이 잘 어울리지 못할 것이라는 걱정 때문에 꺼려하는 학생들이 많았다”며 “우리 때도 그랬다”고 말했다.

정확한 통계수치는 알 수 없지만, 해방 이후 1980년대까지 고려대에 지방 출신 학생 비율이 다른 대학에 비해 높았다는 것은 대체로 증언이 일치한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엔 수도권 집중화로 서울 학생 입학 비율이 높아지면서 학교 분위기가 많이 달라지고 있다고 한다. 요즘엔 “옛날같지 않다”며 고대 마피아의 앞날을 걱정하는 고대인들이 많다. 그러고 보면 ‘고대 마피아’는 지금의 고려대 재학생들 얘기가 아니라, 대략 1990년 이전에 대학을 졸업해 지금 한창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얘기다. 하긴 마피아는 언젠가는 붕괴한다. 성한용 기자 shy99@hani.co.kr

△ 고려대 출신들의 동창의식은 ‘고대 마피아’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유별나다. 사진은 고-연전 경기 때 응원에 열중하고 있는 고려대 새내기들 모습. 고려대 제공

이.애란 (국문 92, Los Angeles)

05/08/2009 22:43

하지만 다른 마피아는 다 붕괴해도 고대 마피아는 붕괴하지 않을 겁니다.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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