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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제목: Enemy Pie(원수파이)
글쓴이: Derek Munson
삽화가: Tara Calahan King
출판일: 2000년
추천대상: 유치원~3학년
우리나라의 미풍양속 가운데 새로 이사를 오면 이웃에 떡을 돌리는 풍습이 있었다. 이웃들에게 인사도 할 겸 앞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한편 그 떡을 받은 이웃은 떡 담은 접시를 그냥 돌려보내지 않고 정성이 깃든 음식이나 과일을 담아 돌려보내던 기억이 난다. 미국에서는 반대다. 새로 이사 온 이웃이 있으면 집에서 만든 과자 등을 가지고 가서 인사를 건넨다.
특히 아이들은 자기 동네에 새로 이사 온 아이가 있으면 나이는 몇 살인지, 자기와 친구가 될 만한지 은근히 관심을 갖게 된다. 사교적이고 활달한 성격의 아이인 경우에는 직접 찾아가 말을 걸기도 하지만 내성적인 아이들은 그 아이의 외모나 첫 인상으로 그 아이의 됨됨이를 평가하는 경우가 있다.
2학년 학생들에게 친구에 관해 이야기해 보라고 하자 많은 학생들이 손을 들었다. 함께 논다, 나에게 잘해준다, 비밀 이야기를 함께 나눈다, 같이 책을 읽는다, 스포츠를 같이 한다 등등 다양한 대답이 나왔다.
그러면 친구의 반대는 누구일까? 이번에는 ‘원수’라는 답이 나왔다. 왜 원수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못살게 굴어서, 야비한 행동을 해서, 이유 없이 괴롭혀서 등의 반응이 나왔다. 그렇다면 원수에게 다가가 말을 걸거나 잘 해줄 용의가 있느냐고 묻자 고개를 좌우로 흔드는 아이들이 많았다.
이제 책 표지를 보여줄 순서다. 책 제목은 '원수 파이.' 이 파이를 만들려면 어떤 것들을 집어넣어야 할까, 라고 묻자 짓궂게 웃으며 머리카락, 흙, 손톱 깎은 것, 벌레 등이 대답으로 나왔다. 이제 필자가 책을 읽어줄 차례다.
주인공 소년은 아주 완벽한 여름방학을 즐기고 있다. 아버지가 뒷마당에 트리하우스를 지어주셨을 뿐만 아니라 여동생도 3주 동안 캠프를 가고 없다. 소년은 또 동네에서 가장 잘 나가는 야구팀에 들어갔다. 그런데 이 행운은 제레미 로스라는 아이가 소년의 단짝인 스탠리의 옆집으로 이사오면서 끝나고 만다. 야구 게임 도중에 제레미가 스트라이크아웃을 당한 소년을 쳐다보면서 얄밉게 웃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뿐 아니라 자기 생일에 스탠리만 초대하고 소년은 초대하지 않아 더욱 화가 난 소년.
분한 마음에 제레미를 ‘원수 제 1호’로 명명하고 트리하우스에 올라올 수 없는 사람 명단에 올렸다. 그런데 원수에 대해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던 도중 아버지가 원수를 없애는 좋은 방법이 있다며 ‘원수 파이’를 만들자고 한다.
"원수 파이?" 아버지는 오래된 요리책에서 '원수 파이' 만드는 요리법을 찾아 파이를 만들기 시작한다. 소년은 뜰에 나가 원수 파이에 집어넣을 애벌레, 잡초, 잎사귀 등을 가져와 아버지께 내민다. 하지만 아버지는 손을 내저으며 대신 “이 원수파이가 효험이 있으려면 한 가지 네가 도와줄 일이 있다”며 "딱 하룻동안 원수와 지내면서 잘 대해줘야 한다. 할 수 있겠니?"라고 되묻는 게 아닌가.
원수만 없애준다면 오늘 하루쯤이야 하는 마음으로 제레미 집 앞에 온 소년. 초인종을 누르자 제레미가 웬일이냐는 표정을 지으며 문을 연다. 소년이 "나하고 놀 수 있니?" 하는 말에 신발을 신고 나온 제레미와 서로 집을 오가며 한나절을 노는 동안 어느새 제레미가 꽤 괜찮은 친구처럼 느껴지는데….
제레미와 함께 트리하우스에서 놀다 아버지가 만들어주신 마카로니 저녁을 먹은 두 소년. 이제 소년은 아버지가 원수 파이를 제레미에게 먹이면 어떻게 하나, 은근히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드디어 아버지가 제레미 앞에 파이를 놓자 "안 돼! 그 파이를 먹으면 안 돼!" 하고 외친다.
이때쯤이면 아이들은 이야기가 어떻게 끝날지 대충 짐작하는 듯 미소를 띤다. 주인공인 소년은 아직 모르고 있는 사실을 독자가 먼저 짐작하면서 서스펜스를 느끼는 극적 아이러니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아이들에게 “아버지가 제안한 원수 파이가 효험이 있었을까” 하고 묻자 그렇다고 대답한다. 원수가 없어지고 친구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에서 아들과 대화를 통해 친구 관계에서 겪는 마음의 고충을 이해해주는 자상하고 현명한 아버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아들에게 조언자 역할을 하면서 아들의 인격과 의견을 존중해주고, 직접 개입하는 일 없이 아들이 친구와의 갈등을 직접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민주적 부모의 모습이다.
"미운 아이 떡 하나 더 준다"는 우리 속담과 '원수 파이' 이야기를 통해 엿볼 수 있는 미국인들의 정서가 오버랩 된다.
송온경 도서미디어 교사·데이비슨 초등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