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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Kyung Joo's BookLove - 상상력, 창의력으로 추위와 배고픔 극복
11/11/2012
Posted by New York 송 온경 (교육학과 77) Bt_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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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제목:      Frederick  

/그림:     Leo Lionni

출판사:     Random House

출판년도:  1967

추천연령:  K-1학년

장르:         픽쳐북

특기사항: 칼데콧 우수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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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 샌디의 여파로 뉴욕일원의 수많은 가정들이 피해를 입었다. 필자가 살고 있는 롱아일랜드의 동네는 바닷가가 아니라서 다행히 수재는 입지 않았지만 주변의 아름드리나무들이 허리케인으로 인해 쓰러져 전선들이 망가지는 바람에 일주일 이상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지난해 여름 허리케인 아이린처럼 하루 이틀 있다가 전기가 들어오겠지 하고 가볍게 생각했으나 이번에는 저녁 6시만 되면 집안이 온통 캄캄한 것은 물론이고, 가스보일러도 작동되지 않아 설상가상으로 추위라는 문제도 추가됐다. 촛불로는 책도 읽을 수 없고 할 일도 없어 잠을 청해보지만 가면 갈수록 한기가 집안으로 스며들어 온기 없는 이불은 냉랭할 뿐이고 옷을 여러겹 껴입고도 추워서 잠이 오지 않았다. 친구가 알려준 대로 뜨거운 물로 채운 물병을 안고 잠을 청하지만 한참 자다 깨어보면 겨우 새벽 2시. 어렸을 때 읽었던 "마드리드의 밤은 길다"라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한 남자가 스페인의 마드리드에 있는 한 친지의 집을 방문했는데 이 집 주인은 손님이 며칠동안 자기 집에 머무는 것이 싫어서 이 손님의 방 창문에 두꺼운 커튼을 드리우고 바깥이 낮인지 밤인지 모르도록 하였대. 손님은 아무리 잠에서 깨어나도 아직도 밤이라 도무지 일어날 수가 없는 거야. 몇 끼를 굶다 참지 못한 손님은 "마드리드의 밤은 정말 길구나!" 하며 그 집을 떠났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야."

수많은 가정들이 아직도 겪고 있는 정전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이 가전제품을 쓰지 못하고 긴긴 밤을 무료하게 보냈을 것으로 짐작한다. 이럴 때 가족 중의 한 사람이 기타를 잘 친다면, 노래를 잘 부른다면, 아니면 이야기를 잘 한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옛날 옛적 저 푸른 들판에 오래된 돌담과 곳간이 있었는데 그 곳에 생쥐 한가족이 살았대. 그 생쥐들은 항상 조잘조잘대며 친하게 지냈는데 어느날 농부들이 창고속의 곡식들을 다 가져가고 아무것도 안남았대. 곧 겨울이 다가오자 겨울철에 먹을 식량을 구하기 위해 네 마리의 생쥐들이 바삐 움직이며 나무열매와 곡식 알갱이들을 나르는데 그 중 프레데릭만 일도 안하고 꿈꾸듯 가만히 앉아있더래. 그래서 다른 생쥐들이 '넌 왜 일을 안하고 딴전을 피우고 있니?' 하자 프레데릭은 '가만 있어봐. 난 어둡고 긴 겨울날에 필요한 햇살을 모으는 중이야' 하더래. 열심히 식량을 나르던 생쥐들이 눈을 감고 명상에 잠겨있는 프레데릭을 핀잔하며 '넌 도대체 뭘 하는 거야?' 하자 프레데릭은 '겨울은 회색빛이라서 난 지금 색깔들을 모으고 있어' 하더래나. 좀 있다가 눈을 반쯤 감고 있는 프레데릭에게 '넌 지금 자는 거니?'하고 묻자 프레데릭은 '겨울날은 길고도 많아. 우린 아마 할 말이 거의 없게 될 거야. 그래서 난 단어들을 모으고 있어'라고 말했대.

곧 겨울이 왔고 첫눈이 오자 쥐들은 돌무더기 속으로 몸을 피했대. 처음에는 먹을 것도 많고 이야기 거리도 많아 행복했대. 그러나 곧 식량이 다 떨어지고 돌벽은 차디차며 아무도 할 이야기가 없었대. 춥고 아무것도 할 일이 없는 생쥐들은 이제야 프레데릭의 말이 생각나 '프레데릭, 네가 말하던 햇살은 어딨어?' 하자 프레데릭은 '자, 다들 눈을 감고 상상의 나래를 펴봐. 반짝이는 황금빛 햇살을…' 그러자 네 마리 생쥐들은 햇살의 따스함을 실제로 느낄 수 있었대. '네가 모아둔 색깔들은?'하고 묻는 생쥐들에게 프레데릭은 '자 다시 한번 눈을 감아봐. 저 푸른 들판에 파란색 패랭이꽃과 잘 익은 누런 밀밭에 예쁘게 핀 주황색 꽃들과 빨간 산딸기들이 보여?' 그러자 네 마리 생쥐들은 프레데릭이 말한 그 아름다운 광경을 생생하게 마음의 눈으로 볼 수 있었다는 거야.

추위와 배고픔을 이미 잊은 생쥐들이 네가 모아놓은 단어들을 이야기해보라고 하자 프레데릭은 목청을 가다듬고는 그들이 익히 알고 있는 사계절의 날씨들과 자연의 아름다움과 생쥐자신들을 소재로 한 시를 읊었대. 모두들 좋아하며 '프레데릭, 넌 정말시인이야'라고 칭찬하자 프레데릭은 얼굴을 붉히면서 '나도 알아' 하더래."

이런 우화같은 동화를 선사한 작가 레오 레이오니는 우리 자녀들 각자가 타고난 특기나 재능을 무시하지 말고, 그것을 잘 살릴 수 있도록 북돋아줘야 한다는 교훈을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모든 학생들에게 똑같은 것을 배우도록 강요하고, 똑같이 성취하도록 강요하거나 기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의 사회는 엔지니어와 닥터도 필요하지만 우리의 삶을 정서적으로 풍요하게 하는 시인과 작가, 화가와 음악가도 필요하다.

이번 샌디가 가져다 준 전기 없는 나날들은 TV, 컴퓨터, 소셜네트워킹, 전화 등에 수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현대인들에게 일주일간이라도 자신을 돌아보고 옛날 방식대로 살아볼 수 있게 해준 것 같다. 그 동안 해가 있는 아침과 낮 시간 동안 해야 할 일들을 끝마치려고 부지런해졌고, 해가 진 후에는 캄캄한 집안에서 촛불을 켜놓고 조용히 허리케인으로 세간살이를 잃어버린 사람들을 생각하며 이나마 다행이라는 감사함도 가지게 됐다.

결국 인간이 아무리 위대한 발명품들을 만들었어도 자연의 위력 앞에는 아무 힘도 못쓴다는 걸 우리 모두가 깨닫게 됐다. 우리가 이번처럼 추위와 어려움에 처할 때를 대비해서 프레데릭 같이 자연의 아름다움과 햇볕의 따스함을 마음속에 담아놓는 습관을 가져야 할 것 같다. okjoo07@gmail.com.

송온경 도서미디어 교사ㆍLI 코버트애브뉴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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