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제목: The Bobbin Girl(실패나르는 소녀)
저자: Emily Arnold McCully
출판사: Dial Books for Young Readers
출판년도: 1996
추천연령: 3~5학년
장르: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픽쳐북
오늘날 미국의 섬유산업은 가장 중요한 제조업들 중 하나이며 2009년에서 2010년 사이에 미국의 섬유 수출은 20%나 신장되었다. 영국·프랑스·이태리 등 유럽의 패션 선진국가들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겨루게 된 미국의 섬유산업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18세기에 이미 산업혁명을 이룬 영국은 이미 자동화된 기계로 실과 옷감들을 대량 생산하고 있었지만, 영국에서 독립한 미국은 아직도 옷감을 대량 생산할 만한 기술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 ‘미국 산업혁명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영국인 사무엘 슬레이터가 18세기 말 영국에서 섬유자동기술을 몰래 들여와 로드아일랜드에 섬유공장을 세웠다. 그 후 슬레이터를 본따서 프랜시스 로웰이 보스턴 찰스강의 물을 이용하여 섬유공장을 시작한 이후 미국에서도 대량으로 목화 등 원재료에서 실을 만들고 또 실로 옷감을 짜는 섬유산업이 시작됐다.
그러나 미국의 섬유수요를 전적으로 담당할 산업도시의 건설을 계획한 것은 보스턴 어소시에이츠라는 투자자들로서 1845년 당시 그들은 메사추세츠·뉴햄프셔·메인에 31개의 섬유회사들을 가지고 미국 전체 섬유수요의 20%를 충당했으며, 수익금으로 철도사업 및 은행사업을 운영했다. 이에 앞서 1826년 그들은 보스턴에서 북쪽으로 30분 정도 떨어진 로웰에 섬유공장들을 건설하고 메리멕강의 물줄기를 인공운하와 연결해 공장으로 끌어들여 기계들을 작동하기로 계획한 것이다. 또한 방적 및 방직공장에서 일할 근로자들로는 뉴잉글랜드 지역 농가의 처녀들을 대상으로 했다. 과연 많은 처녀들이 일자리에 응모했을까.
당시 농가의 일은 너무나 힘들었고, 여성이 직업을 가지기란 하늘에 별 따기였던 시대여서 15~25세 가량의 여성들이 많이 모여들었다. 더러는 가계를 돕기 위해, 돈을 모아 동생의 대학 학비를 내주기 위해, 극소수의 여자학교에 다닐 돈을 모으거나, 결혼 지참금으로 쓰기 위해서….
공장주들은 먼 곳에서 일하러 오는 여성근로자들이 기거할 하숙집을 선정하여 약 40명의 처녀들이 한 집에서 기숙하며 교회에도 함께 가게 하였다. 그러나 그들이 꿈을 안고 찾아온 로웰 신도시는 보이는 것처럼 화려한 곳만은 아니었다. 새벽 4시 30분 기상 벨소리에 일어나 세수와 식사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고 5시 30분이면 출근해 한꺼번에 굉음을 내는 방적 또는 방적 기계 앞에 각각 서서 저녁 7시까지 맡은 일을 해야만 했다.
오늘 소개하는 Bobbin Girl(실패 소녀)의 주인공 레베카는 하숙집 아주머니의 10살난 딸로 방적실에서 커다란 실패(bobbin)들이 실로 가득 차면 빈 실패들로 갈아 끼우는 일을 맡았다. 작가는 레베카의 눈을 통해 로웰의 여성 근로자들의 실상을 독자들에게 전해주고 있다. 무덥고 시끄러운 공장에서도 틈틈이 공부하거나 책을 읽고, 저녁식사 후 자유시간에는 유명한 명사의 강연을 들으러 다니는 여성들. 그러나 근무 중에 다친 동료 근로자를 즉시 해고하고, 필요에 따라 임금을 낮추는 회사의 횡포에 맞서 청원서에 일괄 서명을 하고 피켓을 들고 대로를 행진하는 로웰 여성 근로자들은 처우개선을 위해 쉬지 않고 노력한 선구자들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의 노력의 결과로 하루 10시간 노동조건이 훗날 확립됐고 이러한 여성들이 계속해서 여성 및 흑인들의 인권을 위해 투쟁한 결과 1920년 비로소 미국에서 여성참정권이 허용된 것이다.
초·중등학교 학생들에게 눈에 보이지도 않는 과거의 역사를 가르치기는 쉽지 않다. 교과서나 참고서에 실려있는 내용들이 웬만해서는 학생들의 흥미를 끌기 힘들다. 과거에 실제로 일어난 사건들에 근거해서 쓴 ‘Bobbin Girl’과 같은 역사소설은 독자들과 나이가 비슷한 등장인물이 겪는 줄거리가 총천연색의 삽화들과 더불어 학생들이 관심을 가지기 쉽다. 역사소설을 읽고 그에 관련된 어떤 토픽에 취미를 가지게 되면 그 역사소설의 역사적 지리적 배경에 관하여 연구조사를 하도록 한다. 가능하면 현지답사도 하는 것이 좋다.
200년 전 미국 최초의 산업도시로 붐을 일으켰던 로웰의 옛 자취는 보스턴에서 북쪽으로 약 30분간 운전하면 나타나는 로웰국립역사공원(Lowell National Historic Park)에 잘 나타나있다. 그곳에서 운하를 따라 배를 타고 가는 관광도 해보고 전차도 타보고, 역사박물관에 보존돼 있는 방적 및 방직 기계들이 어떻게 작동해서 목화에서 실을 만들어 옷감을 만들었는지 전시를 통해 배울 수 있고, 기계들이 실제로 작동되는 것도 볼 수 있다. 합성섬유의 개발과 남부의 섬유공단에 밀리게 되면서 로웰산업공단이 사양길에 접어들자 로웰을 떠났던 마지막 근로자들의 육성도 TV화면과 함께 들을 수 있다.
또 여성 근로자들이 기숙했던 하숙집 내부의 하숙방 및 식탁에 올려진 음식들을 보면서 200년 전의 식탁과 오늘날 우리들의 식탁을 비교해 볼 수도 있다. 그 당시 10살난 레베카의 하루 일과와 오늘날 학생들의 일과를 비교해 보거나 레베카의 입장이 되어 1826년 당시를 기준으로 일기를 써보는 것도 좋은 독후활동이 될 수 있겠다.
2012년 9월 송온경 도서미디어교사